[기고] 내 집에서 눈 감으려면… 24시간 대응망 구축해야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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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균의 아름다운 배웅, 따뜻한 동행]
④ 병원이 집으로 오는 봄날을 꿈꾸며


 


따뜻한 봄날 오후,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생애 말기 환자가 병원이 아니라 자기 집, 자기 방, 자기 삶의 자리에서 평온하게 돌봄을 받으며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풍경 말이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들고 오래된 이불과 익숙한 가구 사이로 햇살이 번진다. 그 곁으로 환자를 잘 아는 의료진과 이웃의 손길이 드나들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의 자리가 무너지지 않는 모습이다. 어쩌면 그것은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가장 평범한 바람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멀다. 새벽은 생애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가장 길고 두려운 시간이다. 낮에는 그럭저럭 버티던 통증이 밤이 되면 갑자기 심해지고 숨이 차거나 의식이 흐려지면 가족은 결국 119를 부를 수밖에 없다. 익숙한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었지만 현실은 다시 낯선 응급실이다. 나는 그 안타까운 장면을 현장에서 여러 번 봤다.


그래서 더욱 묻게 된다. 꼭 응급실만이 답이어야 할까. 다른 길도 있을 수 있다. 평소 환자를 잘 아는 동네 재택의료기관이 방문 진료와 관리를 맡고, 보건소는 필요한 서비스가 끊기지 않도록 연결한다. 장기요양기관과 자원봉사자들은 돌봄의 빈틈을 메운다. 통증이 심해지거나 보호자가 지치면 협약된 병원으로 곧바로 이어져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입원할 수도 있다. 병원이 환자를 기다리는 대신 필요한 돌봄과 의료가 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집에서 마지막을 가능하게 할 이 연결 체계가 아직 너무 빈약해 실제 선택지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생애 말기 환자를 자택에서 돌보려면 밤과 휴일의 긴급 대응, 숙련된 간호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의 제도와 보상체계로는 이런 24시간 대응망을 현장에 구축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누군가의 헌신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현실의 공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은 병원이 집으로 오는 상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실질적인 예산 투자와 우선순위의 변화다. 집에서 평온하게 눈을 감는 일이 특별한 헌신이나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허락된 권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배웅하는 사회’는 마지막 순간에도 어느 누구 하나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단단한 약속에서 시작된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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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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