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완화의료란 한 마디로 인간이 삶의 마지막까지 자기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의료다. 인간은 모두 고유한 자기 가치를 지니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살아간다. 때문에 잠시 생명을 연장하더라도 그 가치의 훼손이 심각하다면 그것은 본인과 가족들 모두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 할머니 사건에서처럼 바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말기환자에게 기계장치와 약물을 통해 단지 몇 시간 또는 수일간의 기계적인 삶을 연장하는 것은 생명존중이 아니라 고통을 증가시키고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것일 수 있다. 말기환자의 여생 동안 고통을 최대한 제어하면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소중한 의료의 역할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존엄한 죽음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완성시키는 것이기에 단순히 의학의 힘만으로는 그 역할을 완성할 수 없다. 인간은 생물학적인 신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삶의 역사가 담긴 사회적이고, 인격적이며, 영적인 존재기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전인적인 돌봄이 요구된다. 호스피스완화의료에 의사와 간호사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영양사, 종교인, 예술치료사, 자원봉사자 등이 참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