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돌봄 목표, ‘존엄하고 편안한 마무리’로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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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균의 아름다운 배웅, 따뜻한 동행]
⑤ 남겨질 가족을 위한 배려

 

5월은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하는 달이다. 거리마다 웃음꽃이 피어나는 이 계절에도 호스피스 병동의 시간은 조금 다르게 흐른다. 함께 지낸 세월이 길수록 이별의 말은 더 어렵고 무거워진다. 그래서 이맘때면 생의 마지막 문턱에 선 가족들이 마음속에 묻어뒀던 진심을 꺼내는 순간들이 유독 자주 떠오른다.


얼마 전 임종실에서 한 가족을 만났다. 오랫동안 치매를 앓던 어르신이었다. 지난해 가을 췌장암 진단까지 받았지만 노쇠한 몸으로 항암 치료는 어렵다고 보고 이후 외래를 오가며 증상을 조절했다. 그러다 3주 전 통증이 심해져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했고, 패혈증이 악화하며 의식이 떨어져 결국 임종실로 모시게 됐다.


가족들은 침상 곁을 떠나지 못했다. 환자의 마른 손등을 문지르다가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영양제라도 하나 더 놔드리면 며칠 더 곁에 계시지 않을까요.” 그 말에는 미련보다 사랑이 먼저 담겨 있었다. 하루만 더 곁에 모시고 싶은 마음, 당장 닥쳐온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족의 애틋함이었다.


나는 환자의 몸이 더 이상 영양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이며,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려는 시도가 편안함보다는 고통을 더할 수 있다고 천천히 설명했다. 이럴 때 의사의 역할은 의학적 처치를 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이 덜 두렵고 더 평안하도록 곁을 지키는 데 있다. 연명의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돌봄의 목표를 ‘생명 연장’에서 ‘존엄하고 편안한 마무리’로 바꾸는 일이다.


그날 가족들은 오래 울다가 한 사람씩 환자 곁에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사랑해요.” “고마웠어요.” “미안해요.” “이제 편히 쉬세요.” 나는 임종이 가까운 가족에게 종종 네 가지 말을 권한다. ‘사랑한다, 고맙다, 용서한다, 용서해 달라.’ 마지막 순간 가족은 이 짧은 말들로 오래된 마음의 매듭을 조금씩 풀어낸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차가운 서류가 아니다. 환자의 존엄을 지키고 남겨질 가족이 생의 마지막 결정을 홀로 떠안는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돕는 따뜻한 배려일 수 있다. 우리는 그 뜻이 종이 위에만 머물지 않도록 일상에서 더 자주, 더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

 

좋은 임종은 우연히 오지 않는다. 가족의 사랑과 환자의 뜻,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주려는 우리 사회의 배웅이 하나로 모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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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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