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겨진 가족들도 무너지지 않도록 돌봄 필요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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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균의 아름다운 배웅, 따뜻한 동행]
⑥ 떠난 뒤에도 돌봄은 끝나지 않는다

 


지난주 외래 진료실로 5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찾아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티슈를 건넸다. 잠시 뒤에야 그가 누구인지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우리 호스피스 병동에서 3주가량 머물다 세상을 떠난 환자의 배우자였다. 입원 기간 내내 호흡곤란에 시달리던 남편 곁을 지키며 마지막 순간까지 손을 놓지 않던 모습이 금세 생각났다.

그는 사별 뒤 몇 달 동안은 남편이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여러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버텼다고 했다. 그런데 반년쯤 지나자 오히려 남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식욕이 떨어져 체중이 많이 줄었고, 문득 자신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 생각을 하면 그럴 수도 없어 더 괴롭다고 했다. 환자가 세상을 떠난 뒤, 이제는 남겨진 가족이 내 환자가 되어 다시 진료실을 찾은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조금씩 옅어질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애도는 그렇게 반듯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눈앞의 일들을 치를 때는 버티다가도, 오히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슬픔이 본격적으로 밀려오기도 한다. 잠을 빼앗고 밥맛을 잃게 하고, 심한 신체적 통증처럼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니 충분히 슬퍼할 권리, 그리고 그 슬픔 속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누군가 곁에 머물러 줄 돌봄이 필요하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환자만을 위한 돌봄이 아니다. 남겨질 가족까지 함께 돌보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사별 돌봄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충분하지 않다. 많은 호스피스 병동이 사별 가족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별도의 인력 없이 사회복지사와 간호사들이 기존 업무를 쪼개 겨우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위험 사별 가족을 오래, 깊이 돌보기에는 지금의 제도와 지원이 너무 약하다.


사실 애도는 사별 후에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순간부터 이미 예기비탄(말기 진단 후 시작되는 이별의 과정)은 시작된다. 그래서 더 일찍 살피고 더 오래 곁에 머물러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이 과제가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특히 노노(老老) 가구에서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남겨진 배우자는 곧장 고립된 독거 노인이 되기 쉽다.

좋은 임종은 환자의 마지막이 편안하다는 이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떠난 뒤에 남겨진 마음까지 돌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슬픔을 서둘러 접으라고 말하기보다,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곁에 있어 주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또 하나의 배웅일 것이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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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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