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찰나의 시간에 마주한 우리] 2. 쉼을 통한 감사 2024.04.03

쉼을 통한 감사

자원봉사자 임영주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오늘보다는 내일 더

33년 간호사 퇴직 후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통해 또 다른 배움

그리고 감사한 선물 쉼


33년 직장인으로 기관차와 같이 앞만 보며 달려온 저의 인생에 쉼이 주어졌습니다. 퇴직으로 너무나 감사한 '쉼'을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항상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종종걸음으로 매사에 효율을 따지며 살았는데 이제 쉼은 시간을 선물하고 마음의 여유를 누리라고 합니다.

늘 머리 위로 하늘이 존재했지만 이제야 하늘, 구름, 나무, 꽃 등 자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쩜 그렇게 아름답고 오묘한지 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한 느낌을 받습니다. 대화 중 머리로는 일을 생각하며 집중하지 않아 딸의 원망을 듣곤 했는데 이제는 가족의 이야기들이 온전히 귀에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가족이 있음을 기뻐하고 그들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쉼을 통해 버킷리스트인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간호사 근무 시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환자분과 가족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고 상실과 마주하며 이별하던 가족의 절절한 사연을 옆에서 보며 같이 안타까워하였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의 임종 시에는 미안함을 느꼈고 진실 고지가 거부된 환자와의 대화 시에는 죄책감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봉사 시작한 지 2년이 되어 오는데 아직도 가슴이 뛰고 환자와 보호자를 통한 배움에 감사함을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하는 생애 마지막 순간에 친구 같은 봉사자로 환자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수녀님의 세심한 지도와 봉사자들 간의 우정, 선배 봉사자들의 경험을 존경으로 배울 수 있어 또 감사합니다.


또한 쉼을 통해 알지 못했던 낯선 내 모습을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퇴직 후 어느 날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시작했는데 대답하지 못하여 당황스럽게 느꼈습니다.

주어진 역할만을 감당하느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잃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지난날을 되돌아볼 때 기대와는 다르게 잘못 한 일들이 많이 생각나서 부끄럽고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숙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배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진정한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대해서 자주 길을 잃을 수 있지만 계속 이 질문을 하며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쉼을 통한 이 배움으로 오늘보다는 내일 좀 더 성장하고 행복하리라는 것을 확신해 봅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말했습니다.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갑자기 더 행복해지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더 평화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도 당신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당신만의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