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찰나의 시간에 마주한 우리] 3. 새내기 호스피스 사회복지사 이야기 2024.04.24

새내기 호스피스 사회복지사 이야기

사회복지사 강나래

인천광역시의료원

의료사회복지사 수련 시절, 다양한 임상과 환자들을 만난 이후 마지막으로 호스피스 턴을 경험하면서 저는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결정하였습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곁을 지키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던 경험, 환자를 대신하여 결혼기념일에 부인께 편지를 써드렸던 경험, 10대~20대 어린 친구들과 부모님이 마지막까지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꾸준한 병실 방문을 했던 경험 등, 제가 접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은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는 의료사회복지사가 갈 수 있는 많은 갈래 중 호스피스 사회복지사의 꿈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수련을 마친 후 인천광역시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 취업하여 일하게 된 지 세 달이 지났습니다. 취업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실전 현장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수련생을 벗어난 스태프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는 것 외에도 원내 행정업무, 국고 보조금 예산관리, 요법 강사 인력 관리와 자원봉사자 모집 등 할 일이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 홀로 워커(혼자 일하는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다 보면 지난날에 저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계셨던 수퍼바이저 선생님들이 다시 한번 존경스럽기도 하고, 사회복지사는 다양한 방면에서 만능이어야 한다는 게 실감하는 요즈음입니다. 또한, 대학병원에서 수련 생활을 했던 저는 처음 경험해보는 공공병원 시스템이 조금 낯설기도 했습니다. 제일 다르다고 느껴졌던 것은 보호자 상주 유무였습니다. 타 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보호자 상주가 필수지만, 우리 병원은 다양한 이유로 보호자가 상주할 수 없는 환자분들도 입원이 가능합니다. 가족력, 경제력과 관계없이 말기 암 환자라면 누구나 호스피스 care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직계가족이 없는 독거 환자분들이 우리 병원을 많이 이용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수련 시절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 있을 때 환자와 보호자 사이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것이 익숙했던 터라 보호자가 없는 환경에서 온전히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개입을 진행하는 것은 저에게 큰 도전과도 같았습니다.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그런데도 이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저를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환자분들 덕분입니다. 환자 개개인의 의료적 상태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제가 병실 방문을 하면 복지사 선생님 오셨다며 악수를 청해주시고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즐겁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게는 세상과 운명을 바꿀 힘은 없지만, 제가 만나는 환자분들의 시간이 조금이나마 즐거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힘, 그들의 두려움이나 불안, 슬픔에 잠시나마 함께할 수 있는 인내심과 끈기가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한, 제가 기획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빛을 발할 때, 제가 직접 모집한 요법 선생님들이 다소 무료할 수 있는 환자분들의 병실 생활에 힘이 되어드릴 때, 제가 만든 리플렛과 키트가 사별 가족분들에게 잘 닿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한 걸음씩 잘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며 뿌듯함이 들기도 합니다. 저희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공공병원으로서 가진 내실을 뼈대 삼아, 앞으로 살을 붙여나갈 일만 남은 이 시점은 이제 막 사회복지사로 발걸음을 디딘 저에게는 좋은 배움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호스피스 사회복지사로서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을 함께 하다 보면 더 잘해드릴 방법은 없었을지 고민하게 되고 때로는 허전하고 울적해질 때도 있습니다. 요즘 저의 큰 고민은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에 대한 개입입니다. 환자분들 중 귀가 잘 들리지 않지만, 망가지거나 분실한 보청기를 바꿀 여력이 없어 의식은 또렷하신데도 타인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저는 환자분께 큰 소리로 말씀드리기도 하고, 필담하곤 합니다. 서로 소통이 잘되지 않는 것을 느껴 환자분과 같이 헛웃음을 지었던 순간, 대화 맥락이 이어져서 환자분도 저도 즐거웠던 순간 등 밝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일화도 있지만, 사실 대화의 한계가 느껴지면 저나 환자분도 힘이 빠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 환자분이 임종기에 진입하고, 결국 머나먼 길을 떠나게 되면 마음 한 곳이 허해집니다. 제가 안타까움을 느끼는 지점에 대해 고민을 하는 만큼 제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실행력을 달라고 저는 오늘 밤도 기도하며 이부자리에 듭니다. 신입 사회복지사라 부족한 점이 많지만 조금씩 성장해가는 저의 모습을 앞으로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