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찰나의 시간에 마주한 우리] 5. 거기는 무슨 병동이에요? 2024.05.02

거기는 무슨 병동이에요?

간호사 박희선

가천대 길병원


자원하여 오게 된 완화의료 병동, 누군가에게 제 직업이 완화의료 병동 간호사라고 소개하게 되면 ‘거기는 무슨 병동이에요?’라고 많이들 되물으십니다. 설명해드리면 되돌아오는 반응은 ‘매일 돌아가시는 것만 보겠네요’ ‘우는 모습만 보시겠네요…’ ‘퇴원할 수 있는 분들이 있나요?’ 등으로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물론 임종 환자들도 일반병동보다는 많은 편이고, 마냥 밝은 분위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봐온 완화의료 병동은 고통, 우울, 임종이라는 키워드 이외에 치유, 위안, 미소라는 단어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으로 인한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에게 통증 조절을 해주며 치유해 주고, 우울해하는 환자와 보호자와 소통하며 조금이라도 미소 지어드릴 수 있게끔 해주며, 임종하시게 되었을 땐 보호자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드리며 위안되어 드릴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증으로 너무 고통스러워하시던 환자분이 있으셨는데, 임종하셨을 땐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표정을 짓고 계셨습니다. 보호자도 너무 편안해 보인다며 이젠 편히 쉴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그런 모습을 보며 다른 일반병동에서는 치료를 끝내면 퇴원하지만, 완화의료 병동에서는 임종하시는 것도 그동안 암으로 인한 여러 고통으로부터 퇴원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완화의료 병동에서 일하는 동안 살면서 누군가의 죽음을 이렇게 가까이서 많이 접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죽음을 지켜봐 왔습니다. 처음 접했을 땐 그저 무섭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분명 어제까지 말씀도 잘하시고 밥도 잘 드시던 환자분이 다음 날 갑작스레 임종하신다든지,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하시다가 급작스럽게 숨이 멎으며 임종하시는 환자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보며 ‘죽음’이라는 건 정말 타오르던 촛불이 바람에 훅 꺼지는 것만큼 찰나의 순간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죽음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닌 모두에게, 나에게도 언제든지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저와 가족들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도록 해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나도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며 그 ‘언젠가’라는 시점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남겨진 오늘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현명한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나에게 내일이 없다면, 가족들을 다시 못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오늘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간혹 죽음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삶에서 제외하고 살았던 환자나 그 보호자들은 예정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하고 분노하며 남은 삶을 보내다가 임종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죽음이 가까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죽음을 두려워하며 분노와 슬픔에 갇혀있다기보다는 오늘 하루를 충만하게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저의 조그마한 간호에도 고맙다고 해주시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따듯한 마음과 눈빛 덕분에 오히려 제가 더 위로받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삶의 끝을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인연들에 감사하고 그 기억을 간직하며 매일 마음을 다해 따듯함을 베풀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