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찰나의 시간에 마주한 우리] 9. 소중한 선택 2024.05.27

소중한 선택

신부 이장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우리의 삶은 알파벳 B.C.D.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수많은 선택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 오늘은 어떤 길로 지나갈까?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까? / 주말에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이처럼 우리의 삶은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때때로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매우 잘 선택해서 만족하는 선택도 있고, 때로는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의 선택들도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분명 무엇인가 선택하고 행동하였을 텐데 잘 기억이 나지 않고 흘러가 버린 선택들도 무수히 많이 있을 것입니다.


호스피스에서 지내는 분들께서도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그런데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환자분들의 선택에서 조금 특별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수많은 선택을 무심하게 때로는 무미건조하게 할 때도 있지만, 환자분들께서는 모든 선택을 신중하게 그리고 사려 깊게 합니다. 특별히 무엇인가 말을 주고받을 때 더욱 그렇습니다. 신중하게 어떠한 말을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마침내 한 가지 말을 선택하여 전합니다. 아내와 남편, 부모님과 자녀가 서로서로 마음을 담은 말을 전하는 것입니다.


- 아빠.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 그리고 많이 사랑해.

- 아빠 딸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했어.

- 엄마 너무 많이 사랑해. 그동안 잘하지 못해서 미안해.

- 여보, 그동안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했어. 많이 사랑해.

-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환자분들과 가족분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늘 사랑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며 지내다 보니 전하지 못한 사랑을 말 한마디에 담아서 전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환자분들의 선택은 참으로 큰 힘을 지니고 있으며, 옆에 있는 이들에게 빛을 전해줍니다.

환자분들의 이러한 귀한 선택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삶을 채워가는 선택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러한 선택들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오늘도 호스피스에서의 많은 분이 귀한 선택(Choice)을 하며 삶을 채워갑니다. 이 귀한 선택이 삶을 빛내는 가장 귀한 선택이 될 수 있기를, 소중한 이들에게 진심 어린 사랑을 전하는 선택이 될 수 있기를 오늘도 마음 모아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