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찰나의 시간에 마주한 우리] 11. 그들의 이야기 2024.06.05

그들의 이야기

미술치료사 곽미진

연세메디람내과의원


호스피스 병동 상담을 시작하고 매주 환우들과 보호자들을 만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늘나라에 가실 부모님을 앞두고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함으로 시작한 것이기에 굳은 마음으로 5층을 오르던 첫날이 떠오른다.


가장으로 충분치 못함을 미안해하는 아버지였던 이**님, 폭력적이던 자신을 가족에게 용서도 구하지 못하겠다고 눈물 흘리던 차**님, 유일한 보호자가 된 19살 아들을 보며 걱정이 태산이라며 고개를 숙이던 김**님 등의 환우들이 죽음을 여러 형태로 맞이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미술치료사로서 의미 있는 시간이라 하겠다.


한번은 자살 시도를 한 30대 초반의 환우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는데 “나 같은 쓰레기도 신이 용서해 주실까요?”라며 나를 똑바로 응시하는 그에게서 답을 듣기 위함이 아니라 무언가에 매우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느껴져 “선생님이 신이라면 어떠셨을까요?”라고 되물었더니 자신이라면 용서하지 않을 거라며 큰 소리로 울며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자신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미술치료 상담사로서 환우들의 이런 애통함, 두려움, 슬픔, 분노 등을 이야기하며 현장에서의 함께함이 늘 감동과 감사로 충만하다.


또한 환우를 돕는 간병인과 의료진들에게 늘 거룩함과 위대함을 느낀다.

그들은 거인이다.

그들은 늘 박수를 받음에 매우 합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