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찰나의 시간에 마주한 우리] 19. 무엇이 최선일까? 2024.07.16

무엇이 최선일까?

간호사 고미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어느 이브닝 근무날이었다. 그날은 내가 받게 될 신환 2명이 입원 예정이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새로운 환자가 오면 더욱 신경이 많이 쓰인다. 환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통증 조절, 검사, 보호자 교육이 시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신환 1명만 받아도 간호사는 녹초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두 명이라니…. ‘일단 환자분이 매우 아프지 않고, 어느 정도의 중심 정맥은 가지고 있으면 하는데….’라는 걱정이 앞섰다. 저녁 6시가 될 때까지 아직 오지 않은 신환을 기다리며 기존 환자들의 PRN(정규투약이 아닌, 증상에 따라 즉시 투약하는 약물)을 주느라 정신이 없는 중에 첫 번째 환자가 먼저 입실하였다.


복도에서부터“으악! 너무 아파요!”라며 고통에 찬 신음이 들려왔다. 충청도에서 온 가녀린 중년의 여자 환자였다. 수액에 고용량의 모르핀 수액을 연결한 상태로 침대에 실려 오셨다. 충청도에서 일산까지 적어도 2시간은 넘게 걸렸을 텐데 그 시간 동안 호스피스로 입원하는 두려움과 통증에 대한 고통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환자의 얼굴이 많이 경직되고 굳어있었다. 일단 당직 의사 선생님께 보고하고, 새로운 정맥로를 확보한 뒤 진통제를 바로 투여했다. 배에 고름이 잡혀 구멍까지 나고 진물로 침대 시트가 흥건해져 새로 드레싱을 해주고 나서야 환자의 얼굴에 평온함이 찾아오고 같이 온 남편의 얼굴에도 식은땀이 줄어들었다. 이 중년의 여자 환자는 대학병원에서 아무리 치료해도 방법이 없어 한방치료를 시도해보며 안 해본 치료가 없을 정도로 열심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입원하는 동안 구강 섭취도 되지 않았고, 배에 난 구멍도 회복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외과 협진 의뢰를 통해 장루 주머니를 달면서 진물이 나오지 않았고, 통증 조절이 잘 되어 남편과 자녀들과 고통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끝까지 통증 조절이 잘 되면서 웃음을 함빡 머금었고, 남편과 자녀들의 얼굴에서도 매일 즐거움이 묻어난다. 그분이 임종실로 이동하고 우리에게 작별을 고했을 때, 남편과 자녀들이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두 번째 입실한 환자는 두 달째 복부 통증과 소화불량으로 식사가 되지 않아 뼈가 앙상해진 어르신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처방에 따라 영양제 연결을 신속하게 하는 등 신속하게 환자를 보았다. 그렇게 꾸준하게 지내면서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며 식이도 가능해지면서 집으로 퇴원하여 가정 호스피스 돌봄을 받았다.

호스피스 병동에 처음 입원할 때 환자와 보호자에게 ‘여기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가 환자분 아프지 않고 잘 생활하시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을 건네 드리면 대부분 눈물을 흘리시거나 가슴 벅차하신다. 그동안 힘들고 피곤하고 애타는 일이 많았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이렇게 환자를 돌봐주는 것 말고도 말로써 위로를 전하는 방법도 호스피스 병동에서 배울 수 있었다.


호스피스 병동은 사랑과 이별, 고통과 평온이 산재하여 떠돈다. 모든 팀원의 고민과 노고, 땀이 뒤엉켜있다. 무엇이 최선일까, 이때 이렇게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에 모든 답을 해줄 사람은 없지만, 이 과정을 되풀이하며 우리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또 하루만큼 자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