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찰나의 시간에 마주한 우리] 22. 코로나, 그리고 세 번째 여름 2024.07.22

코로나, 그리고 세 번째 여름

사회복지사 신하영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2020년 9월, 저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의 사회복지사로 발령받았습니다. 이미 코로나가 창궐한 시기였고, 병원에서 다른 사업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었기에 우리 병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이미 한 차례 병동을 휴업했다가 전담병원 해제와 함께 겨우 다시 운영하게 되었는데 2021년 1월, 또다시 병동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염병이다 보니, 면역력이 약해져 있고 체력적으로 힘든 환자들에게는 더욱더 치명적이라 외부 출입자들을 통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자원봉사자의 손길도, 요법 강사님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전면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출입 가능한 보호자는 1인으로 제한되었고, 위생과 출입 관리도 철저히 해야 했습니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매일 매일을 조심 또 조심할 뿐이었습니다.


보통의 건강한 사람들도 병원을 방문하기 조심스럽고 어려워진 상황에서 특히나, 감염에 취약한 환자와 보호자들은 갈 길을 잃었습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기력하고, 자괴감도 들고, 마음이 아픈 순간들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일명 집콕 생활을 열심히 해왔습니다. 동네 마트보다도 마켓컬리를 찾다 보니 VIP가 되었고, 먹고 싶은 것은 외식하지 못하니 배달 음식을 자주 찾게 되어 배달의 민족에서는 귀하신 분이, 배달 특급에서는 시장님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많은데 활동에 제한이 된 이 상황이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건강한 삶을 사는 저도 이러한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지 생각도 들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완화 병동이 다시 오픈하기만을 기다리면서 코로나 환자가 입원한 병동에 방역업무, 내원객 발열 업무, 의료비 지원사업 상담 및 후원물품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고, 틈틈이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지냈습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을 이용하고자 하는 분들의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병동이 휴업 중이라 이용이 어렵다는 말을 뱉는 것이 너무나 가혹하고 죄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고민하다가 ‘서울, 경기권 소재에 있는 입원형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의 리스트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정리해보았습니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실제로 운영 중인 기관의 정리된 목록이라도 있다면, 일반병동에서 생애 마무리를 준비하고자 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화로 문의를 하시는 분들께 메일 주소를 물어보고, 메일로 발송하여 정보를 제공 드렸습니다. 간혹, 어려운 와중에 답장으로 감사의 표현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어느덧, 코로나와 함께한 세 번째 여름이 왔습니다. 드디어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누구 하나 쉽지 않은 시간이었고, 이제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해왔던 행복했던 일상이 빠르게 회복되길 바라며,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함께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호스피스 종사자 여러분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