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찰나의 시간에 마주한 우리] 23. 지금, 이 순간 2024.07.30

지금, 이 순간

사회복지사 이유경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호스피스에서 입원형/가정형을 담당하고 있는 이유경 의료사회복지사입니다.


2018년 처음 파주병원에 오게 되어 호스피스를 접했습니다. 이전엔 공공사업과를 찾아오시는 일반 임상과 환자분들을 접하는 업무를 하다가 이론교육으로만 접했었던 호스피스 실무를 하게 되어 설레는 마음보다는 그저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연륜과 경험이 많지 않은 내가 삶의 마무리인 이곳에서 환자와 가족분들에게 얼마나 적절한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하며 매우 긴장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제가 이곳에서 호스피스를 하며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 중 하나는‘결코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입니다. 의료진과 보조 활동 인력, 요법 강사님, 성직자, 자원봉사자분들이 함께 같은 목표와 마음을 가지고 호스피스를 수행하는 하나하나의 과정을 통해 저 스스로 호스피스란 곳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서서히 물들어 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호스피스가 그저 죽음을 준비하고, 우울하고, 소진되며, 끝이 정해져 있는 과정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실무를 경험하는 동안 제가 느꼈던 호스피스는 그런 부정의 감정들과는 오히려 반대였던 것 같습니다. 이 공간에서 가족들이 함께 남은 시간을 소중히 보내며, 준비하고, 그 과정을 저희가 어둡지만은 않게 함께 하며 의미 있는 마무리를 맺어주는 과정들이 일반 병원과는 다른 호스피스의 의미이자 깊이인 것 같습니다. 또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2020.07월에 저희 친할머니께서 오랜 암투병생활을 마치시고 호스피스에서 임종을 맞이하셨습니다. 당시 우리 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인해 휴업 중이어서 할머니 댁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 호스피스에서 2~3주 정도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당시에도 코로나 기간이라 평소 경험할 수 있는 호스피스 보다는 제한적이긴 했지만, 코로나라는 시국에서 마지막 순간 4남매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할머니의 임종을 적절한 환경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아직도 가족들은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라는 제한적인 상황이라 오히려 더욱더 호스피스의 중요성과 의미가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또 실무자가 아닌 직접 환자의 가족이 되어보니, 우리는 매일을 보내는 일터이지만 환자와 가족들에겐 어쩌면 잊히지 않을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며 제 업무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특별한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이곳 호스피스에서는 특별한 것을 찾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소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 공간에서 함께하며 지금 이 소박한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공부하는 사회복지사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