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균 교수 “웰빙·웰다잉의 가치를 전파하는 건강리더 배출하는 게 목표”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날’이다. ‘세계 호스피스 완화의료 동맹(Worldwide Palliative Care Alliance)’이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8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고 있다.


‘호스피스’는 당초 종교나 사회단체가 운영하는 여행자·빈민행려병자 등을 위한 숙소를 일컫는 말이었다. 최근엔 인생의 말기를 맞은 환자에게 육체적 고통을 경감시키고 정신적으로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지원하는 의료기관의 호칭이 됐다. ‘완화의료’는 불치의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고통을 예방하고 완화시키는 의료행위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국에 권역별 호스피스센터를 지정해 놓고 있다. 이들 권역별 호스피스센터는 암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등의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다. 호스피스 전문 인력을 양성하면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홍보하고 교육하는 곳이다. 


인천에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 권역별호스피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대균 가정의학과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그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을 통해 ‘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에 대해 교육하면서 생애말기 돌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호평이 잇따르고 있지만, 애로사항도 적잖다. 김 교수로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생애말기 돌봄의 필요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장을 맡고 김대균 가정의학과 교수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자익 기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장을 맡고 김대균 가정의학과 교수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구자익 기자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에 대해 소개해 달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있다. 줄여서 ‘연명의료결정법’으로 부른다. 보건복지부는 이 법률에 따라 ‘권역별호스피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는 2019년 1월에 지정을 받았다. 인천시와 고양·파주·의정부시를 관장하고 있다. 권역별호스피스센터는 호스피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수준 높은 교육과 훈련을 제공한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또 권역 내 의료기관의 호스피스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 호스피스 전문기관 진입을 촉진하고, 지역주민과 의료진의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켜 긍정적 인식을 유도하기 위한 홍보·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달라.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은 6주 동안 주 1회에 4시간씩 웰빙, 웰다잉과 관련된 강좌를 진행한다. 모두 인천시민의 존엄한 삶에 중점을 두는 강좌들로 구성됐다. 웰빙과 관련해선 건강한 삶을 위한 암 정복과 치매교육, 근골격계질환 관리, 심혈관질환 관리 등을 교육한다. 웰다잉과 관련해선 마지막까지 나를 지키는 돌봄 호스피스, 인간답게 죽을 권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유언장·버킷리스트 작성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진과 웰다잉 전문 강사들이 강좌를 이끈다.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사별을 경험한 50~60대가 교육을 받는다. 건강강좌와 맞물린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와 관련된 교육이어서 만족도가 높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의 교육목표는 무엇인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시민교육 프로그램이다. ‘웰빙’을 흔히 ‘참살이’라고 표현한다. 사전적 의미는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과 행복, 복지와 안녕을 의미한다. 건강하다는 것은 신체적, 심리적, 영적인 건강을 모두 이제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들과 맞닿아 있는 것이 ‘웰다잉’이다. 사전적인 의미는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이다. 어떤 여론조사에서 65% 이상이 ‘여건만 되면 익숙한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는 왜 집에서 임종을 맞이할 수 없을까?’라는 것이다. 병원에선 절대로 좋은 죽음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을 통해 인천시민들이 어떤 공동체에서 웰빙과 웰다잉의 가치를 전파해 나가는 건강 리더들을 배출하는 게 목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의 기대효과는.

“인천시는 조만간 초 고령사회가 된다. 문제는 돌봄이다. 보통 75세를 기준으로 ‘찐 노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다. 7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 분명히 그분들을 돌보는 사람도 필요해 진다. 국가의 제도적인 서비스만 가지고는 생애말기 돌봄이 어렵다. 그래서 스스로를 돌보고, 가족이 돌보고, 이웃이 돌보고, 그 다음에 국가가 돌보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는 초 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한 사회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스스로 생애말기 돌봄의 방향이나 연명의료에 대한 생각 등을 정리하면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교육이 꾸준하게 제공되면, 교육을 받은 분들이 웰다잉 교육자로 양성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의 실제 성과는.

“지난해는 3기수로 운영됐다. 총 56명이 수료했다. 이분들이 지역사회에서 시니어 서포터즈로서 웰다잉 문화조성에 대한 리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지속적으로 지지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올해는 현재까지 3기수가 배출됐다. 총 100명이 수강했다. 3기 교육은 5점 만점에 평균 4.6점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삶을 계획하고 정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얻었다’, ‘죽음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는데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으로 진행하는 사업인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은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제도 공모로 시작했다. 2022년 11월9일 시행된 ‘인천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웰 다잉 문화조성에 관한 조례’가 뒷받침이 됐다. 현재 ‘인천시 호스피스 교육·홍보 사업’으로 발전했다. 우리 인천성모병원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인천시 호스피스 교육·홍보 사업’의 보조사업자로 선정됐다. 인천시가 4000만원을 지원하고, 우리 병원이 매칭 예산으로 1000만원을 투입해 총 5000만원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주민참여예산사업을 나름대로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인천시의 본예산이 책정 돼 조금 더 안정적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이 확대됐으면 좋겠다.”


다른 지자체는 어떤 방식으로 생애말기 돌봄을 진행하는가.

“작년에 우리나라의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수립 연구를 맡았었다. 당시 전국의 거의 모든 시·도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웰다잉 문화조성에 조례’를 만들어 놓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생애말기 돌봄과 호스피스·완화의료 예산사업을 진행하는 시·도는 3곳뿐이었다. 대전시는 집에 계신 생애말기 환자들을 방문해서 돌보는 간호사의 인건비를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충남대병원이 이 예산으로 간호사를 뽑아 실질적인 방문을 한다. 경상북도는 경북대 권역별 호스피스센터에 1년에 약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홍보를 지원하고 있다. 화성시는 아주대병원에 위탁을 해서 가정 호스피스를 지원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나.

“현재 찾아다니는 강좌를 열고 있다. 인천시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각 구청에서도 협조를 많이 해 주시는데, 교육하는 장소나 시간 등의 문제 때문에 마냥 강좌횟수를 늘리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우리 인천성모병원 교수님들이 미추홀구에 가서 교육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우리 인천성모병원뿐만 아니라 길병원, 인하대병원이 협업을 통해 이 사업을 좀 더 확대했으면 좋겠다. 접근성이 좋아지면, 교육생도 늘 것으로 본다.”


웰다잉은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것인가.

“그것을 너무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예를 들어서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라는 것은 주어가 ‘나’인 입장에서는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일반화시켜서 얘기를 하면,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것이 있겠는가. 죽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 두려운 명사다. 헤어지고 잊히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아무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  


생애말기 돌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

“암 환자뿐만 아니라 에이즈나 만성 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등도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암이 아닌 질환을 가지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하는 환자는 매우 드물다. 암이 아닌 만성질환 환자들 삶의 마지막 과정에 대해서도 거의 관심이 없다. 마땅한 서비스도 없다. 그래서 생애말기 돌봄이라는 게 필요하다. 암 환자가 아닌 분들 삶의 마지막 과정에 대해서도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좀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체적으로 너무 고통스럽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지만, 그냥 초가 다 녹아서 촛불이 꺼져가듯이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그런 분들에 대한 돌봄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