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영양관리] 아픈 것보다 못 드셔서 돌아가실까 걱정입니다. 2023.12.07
72세 식도암 말기 환자인 K 씨의 따님은 진료실 의자에 앉으며 오늘도 푸념을 합니다. 항암치료를 중단한지 2달이 지나는 동안 크게 아프다고 하시는 일은 없어 다행이지만 끼니마다 미음 2~3수저 드시는 게 전부이니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평소 좋아하셨던 삼계탕을 끓여드려도 국물만 몇 수저가 전부. 남은 날이 짧아질수록 딸로서 해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며 결국엔 눈물을 흘립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을 해도 혹은 집에 계셔도  말기 암 환자 가족의 최대 고민거리는 단연 '음식'입니다.

 

 
“암 때문이 아니라 굶어 돌아가시는 것 아닐까 걱정되고 한없이 죄송해요.”

“정말 밥 한 공기만 딱 비워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

“못 먹는 게 아니라 스스로 먹는 걸 중단한 것 같아요. 이럴 땐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통 드시질 못해 입원해서 영양제만이라도 계속 맞게 해드리고 싶어요.”

“영양제 중단?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놔주시면 안 되나요?”

“호스피스 병동이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영양제를 안 놔줄까 봐 주저하고 있어요.”


호스피스 돌봄을 포함한 완화의료의 목표는 ‘환자와 가족이 가장 좋은 삶의 질을 얻는 것입니다.  말기 암 환자의 영양 및 수분 제공도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최선의 선택이 필요한오늘은 말기 암 환자의 영양 및 수분 제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사실들이므로 기존에 갖고 있던 상식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말기 암 환자마다 
필요로 하는 
열량과 수분은 다르다!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상당수 체중이 줄고 식욕이 나빠집니다.

 ① 위장관 폐쇄나 협착, 장운동 저하, 간비대, 변비 등으로 인한 소화불량이나 구토 ② 삼킴 기능의 저하 또는 잦은 사레 걸림 ③ 전해질 이상이나 신장 기능 저하 ④ 약물의 부작용 ⑤ 우울 또는 불안 등 다양한 원인들이 말기 암 환자의 식욕과 입으로 먹는 능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암 환자마다 신체 기능은 차이가 있습니다. 산책이나 가벼운 집안일 정도는 가능한 환자에서부터 24시간을 누워 지내는 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즉 일상생활의 수행능력 변화에 따른 영양과 수분의 요구량 변화와 다양한 신체적, 심리 사회적, 영적인 고통들과 연관된 섭취량의 변화 사이에 매우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과 수분은 환자의 전신 상태와 일상 활동의 수준에 따라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한 사람의 환자에서조차 시기마다 달라집니다.

따라서 적절한(!!) 영양과 수분 상태의 유지를 위해 인공적인 영양공급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환자가 현 상태에 대한 이해가 우선 돼야 합니다.
     

 
말기 암 환자
'영양'을 위한 
생활수칙 9

 

 

1정해진 식사시간은 없다
말기 암 환자에겐 따로 정해진 식사시간이 없고, 가급적 소량을 자주 제공하는 게 좋습니다.

 

2 작은 그릇
섭취량에 부담 느끼지 않도록, 작은 공기나 작은 컵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3 가장 좋은 음식은 '좋아하는 음식'
말기 암 환자에게 가장 좋은 음식은 ‘본인이 원하는 음식’입니다.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 특별히 제한하거나 특별히 섭취해야 할 음식은 없습니다. 특히 말기 암 환자의 기호나 입맛은 자주 변하는 게 흔한 일입니다.

 

4양보단 열량
양을 늘리기보다는 열량을 늘리는 노력이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우유 한 잔을 마셔도 그냥 마시기보다는 코코아 가루, 땅콩/호두 가루, 아이스크림 등을 타서 먹도록 제공해봅니다. 

 

5환자 가족들이 죄책감 느끼지 않기
일부 가족들에게는 '음식이나 음료를 제공하는 것 혹은 함께 먹는 것'이 '사랑을 제공하고 공유하는 상징적인 의미'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 '사랑을 거부하는 것'으로 가족들에게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말기 환자 특히 임종에 가까워진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과 수분은 아주 적어진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기 암 환자가 ‘먹으려 애쓰지 않는 것’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게 하지 않아야 합니다.

 

6무리하게 권하지 않기
음식이나 음료를 무리하게 권하다간 대부분이 탈이 나 기 쉽습니다. 복수가 있어 아주 소량의 음식에도 쉽게 포만감을 느끼는 환자에게는 사과칩(사과를 씻어 껍질째 얇게 썬 후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일주일 정도 건조함)은 좋은 음식이 될 수 있습니다. 

 

7탈수는 엔도르핀 분비 유도
염려와 달리 오히려 임종과정 중의 탈수는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유도해 고통을 경감하고 기분을 좋게 해줄 수 있습니다.

 

8필요 시 약물 복용
스테로이드와 메게스테롤 혹은 일부 항우울제 등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몇몇 약물은 말기 암 환자의 식욕을 늘려 줄 수도 있습니다.

 

9콧줄을 이용한 영양공급
콧줄(비위관)은 머리-얼굴-목 등에서 시작된 암이나 식도암 등의 말기 암 환자에서는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콧줄을 통한 경관영양을 하는 경우 흡인성 폐렴의 위험이 증가되고 환자 스스로 빼버리거나 혹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손을 침대에 묶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 식욕이 없다면 가급적 뜨거운 음식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 음식은 삼키기 수월하게 작고 소량씩 자주 제공합니다.
 ◇ 튀긴 음식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 많은 움직임은 소화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식욕을 유지시켜 줄 수 있습니다.
 ◇ 신체 상태로 인해 입으로 섭취하는 영양과 수분이 심하게 부족하고 이로 인해 무력감이 초래된다면, 인공영양(정맥주입이나 피하주입, 콧줄이나 위루관을 통한 경관영양 등)을 일종의 의학적 처치 측면에서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정맥영양제의 반복 투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료진은 말초 삽입 중심정맥관(PICC)의 시술을 권유합니다. 한 번 시술해 1~2개월 이상 사용하므로 매번 주삿바늘을 새로 잡아야 하는 고통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 정해진 식사보다는 환자가 희망하는 경우에만 원하는 음식을 아주 소량씩 자주 제공합니다.
◇ 죽음이 가까워지면 몸은 섭취한 영양분이나 수분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어, 음식물을 억지로 공급한다고 생명이 연장될 수는 없습니다.
 이 시기엔 총정맥영양제(TPN, 보통 지질이 포함되어 흰색을 띄는)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다수 연구에서 영양제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삶의 질 향상, 수명 연장, 피로감 감소 등)를 찾아내지 못했고, 오히려 부작용(부종, 움직임의 제한, 호흡곤란 등)으로 임종과정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습니다. 단, 환자가 영양제 유지를 스스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요구하는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 기존에 유지하던 경우가 아니면 새롭게 콧줄 등을 넣고 경관영양을 시작하지 않습니다.
 ◇ 필요한 수분 역시 이 시기에는 감소되며 오히려 약간의 탈수 상태가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고 오히려 기분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또한 무리하게 시도되는 물 먹이기는 사레 걸림에 따른 흡인의 위험을 크게 올립니다. 따라서 갈증을 줄이기 위한 차원의 수분 공급 정도만이 필요합니다.

 

죽음이 아닌 삶에 대한 이야기호스피스 시리즈는 ‘오래’ 사는 문제보다는 ‘잘’ 사는 문제로 말기 암 환자의 생애 마지막 시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