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균의 아름다운 배웅, 따뜻한 동행]
오늘부터 2026년 1년간, 매달 1회씩(총 12회)
김대균 센터장님의 국민일보 기고가 시작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 연재를 시작하며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돌아오는 환자’를 만난다. 기대와 다짐을 안고 퇴원해 집으로 모셨다가 며칠, 아니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응급실로 실려 온 분들이다. 숨이 차서, 갑작스러운 통증이 감당되지 않아서, 혹은 밤새 환자를 돌보다 지친 가족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서다.
그렇게 집과 병원을 오가는 시간 속에서 환자와 가족은 점점 지쳐간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시스템 안에서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을 테다. 이 안타까운 풍경이 2026년 병오년,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지난 20여 년간 호스피스완화의료 현장에서 수많은 임종을 지키며 내가 배운 사실은 명확하다. 우리가 바라는 ‘평온한 마무리’는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한 개인이 준비하고 가족이 마음을 모으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제도로 뒷받침할 때 비로소 가능한 ‘권리’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차갑다. 많은 이들이 익숙하고도 안온한 집을 떠나 낯선 병원 천장을 바라보며 생을 마감한다. 오는 3월,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돕는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지만, 여전히 그 법안 속에 ‘존엄한 임종’을 위한 자리는 비좁아 보인다.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Aging in Place)’는 표방하지만, ‘살던 곳에서 삶을 마치기(Dying in Place)’ 위한 구체적인 배려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민일보에서 ‘아름다운 배웅, 따뜻한 동행’이란 칼럼을 연재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이 공간이 진료실과 지역사회 돌봄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창이 되길 바란다. 갈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일명 ‘돌봄 난민’의 현실을 아프게 짚어보고 동시에 죽음 앞에서도 서로를 보듬고 사랑하는 가족들의 기적 같은 순간을 나누고 싶다.
생애 말기 돌봄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그리고 사랑하는 내 가족이 겪어야 할 미래다. 죽음을 외면하기보다 이제는 슬픔 대신 사랑을, 고립 대신 연결을 이야기해야 할 때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이 독자들에게 죽음을 두려움으로 느끼게 하기보다, 남은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하는 작은 위로이자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모두에게 조금 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꿈꾸며 그 첫 번째 인사를 건넨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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