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찰나의 시간에 마주한 우리] 에필로그. 1월 어느날의 일기 2024.07.30

1월 어느날의 일기



80대 할머니 환자가 임종하셨다

슬하에 아들 한 분 뿐이라 임종을 지키는 가족이 조촐했다

아들 부부와 손녀딸 한 명

하루를 함께 하시다 다음날 아침 임종하셨는데

내 경험을 빌어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권했다


막상 장례가 시작되면 할머니를 더 만나는 것은 어렵다

입관할 때나 만나게 되는데 그때 모습은 지금과는 좀 다르더라

청각이 남아 있다고 하는 지금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고

우리도 마지막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이다

충분히 인사하시고 손도 한 번 더 잡아드리자


“평소 할머니께서 무척 아끼셨다고 들었어..ㅇㅇ는 가까이 와서 할머니 안아드리고, 할머니께 말씀드리자, 건강하게 바르게 잘 자라겠다고. 하늘에서 지켜봐 달라고…”

그때까지 덤덤하게 잘 견디던 중학생 손녀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린 아이처럼 우는 그 모습에 내 감정도 올라와 그 아이와 안고서 한참을 울었더랬다


“죄송합니다... 저도 몇 주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이 친구를 보니…”

아들 부부가 자신들 만큼이나 서글피 우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황급히 대답하고

그 이후에 뭐라 이야기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할머니를 보내드리면서 약속한 한 가지가

환자분들이 돌아가시면,

그 과정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지 하고 다짐을 했었다

나 역시 겪어봤으니까…


할머니 돌아가신지 한 달…

며칠 전에는 아침 출근길에 장례식장 앞을 지나는데 운구차가 서 있었다.

매일 보는 장면인데 그 날은 나도 모르는 사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다.

병동에 출근하니 후배들이 나를 걱정하듯 바라보며

“선생님, 탈의실 다녀오세요. 유니폼 안 갈아입으셨어요...”


요 며칠은 임종실에서 환자와 가족을 지켜보는 일이 힘들다…

자꾸 할머니와의 마지막 영상 통화가 생각나고 돌아가시던 모습이 겹쳐진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할머니의 부재가 이리 큰지 미처 알지 못했다

성인을 넘어 어느덧 중년인 나에게 조차도...


⌜사별 가족 돌봄⌟을 한답시고 그들에게 어쭙잖은 위로를 했던 내가 얼마나 형편없었나 싶다.

위로의 말을 잘하지 못하는 내 딴에는 교과서나 여러 책들을 읽고선

‘슬픔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슬픔도 아픈 마음도 옅여지겠지요’라고...

그래 그러겠지.

하지만

그 힘겨운 시간들을 견뎌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너는 미처 알지 못했지.


우리는 그들의 슬픔을 안다고 쉽게 이야기 해서는 안된다.

다만,

그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날 때,

곁에 있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그 하나만으로

걸어가는 그 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조금 덜 무겁다면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다시 한번 내 일에 대한 무거움을 느끼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