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기획특집-돌봄] 통합돌봄의 완성, 지역사회 중심의 생애말기돌봄 II 2024.09.27

[기획특집-돌봄]-㉕ 통합돌봄의 완성, 지역사회 중심의 생애말기돌봄 II 

지역사회 돌봄으로 지역소멸과 인구절벽을 막자!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돌봄'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모든 가정과 개인의 당면 문제이자 21세기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입니다. 돌봄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닌 지역소멸과 초저출산 시대에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우리시대의 당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미디어 '이로운넷'은 전국민돌봄보장 실현을 위한 담론과 실천적 대안 마련을 위해 함께 지혜와 역량을 모으기로 하고, [기획특집-돌봄]을 연재합니다. 연재에서는 단기적 방향에서 전문 인력의 협력 구조 구축과 장기적 방향에서 통합 돌봄 케어 시스템 구축에 있어 문제점을 짚어보고 현실적인 방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통합돌봄의 완성. 지역사회 중심의 생애말기돌봄 II" (보건의료서비스-제15조)



1. 생애말기의 국민과 그 가족들의 돌봄 욕구

오늘날 우리는 의료의 발달과 더불어 죽음을 치료의 실패로 인식하며 어떻게든 죽음을 피해 가기 위해 의료에 의지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죽음이 임박해서야 죽음을 현실로 인식하게 되지만 이미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아 죽음을 준비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당하는’ 죽음을 겪고 있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지금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한 걸까?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대상자의 욕구 또한 복합적이기 때문에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서비스 간의 지속적인 연계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완화의료(palliative care)를 질환과 관련하여 문제를 가진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목적을 둔 접근으로 통증이나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평가, 치료함으로써 고통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즉 완화의료는 단순히 대상자의 증상관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지지와 돌봄이 필요한 복합적 서비스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말기 환자에게는 보건의료서비스뿐 아니라 사회적 서비스 또한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과 복지의 서비스 분절 등 각 서비스 간의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2018년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 지역사회 통합돌봄)를 중요한 정책 아젠다로 선정하면서 보건-복지 서비스 연계에 대해 대한 논의가 이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 민·관 서비스를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계하기 위한 노력이며 그 결과로 의료, 보건, 복지 영역 등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제도화고 대상자의 필요에 맞는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시군구별로 다양하게 실험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을 가속화시키고 체계화하는 데 있어 ‘통합돌봄지원법’의 시행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노력에 있어 지역사회 생애말기 대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서비스 제공 방안과 연계 시스템 구축은 가장 미비한 부분이다. 생애말기의 국민들에 대한 돌봄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영역이라는 설정만 막연하게 되어 있을 뿐이다. '통합돌봄지원법'은 지역사회 중심의 생애말기돌봄의 기반과 서비스를 마련하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말기환자의 돌봄 욕구는 주목하지 않고 있는 통합돌봄지원법

제1조(목적) 이 법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 등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하여 제공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통합돌봄지원법은 그 제정 이유를 '국민의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의 유지 및 증진에 이바지함'으로 두고 있다. 이런 인식에 기반을 둔 결과 지역사회 중심의 질 높은 생애말기 돌봄과 죽음을 가정 등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서 맞길 원하는 말기환자의 필요와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말기환자는 돌봄의 필요와 요구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로 가족의 간병부담을 극대화시키며 방문진료, 방문간호, 가정호스피스 등의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자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잦은 응급실 이용과 입원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77%의 국민이 평소의 바람과 달리 의료기관에서 생애 마지막 시기를 보내며 임종을 맞는 현실 속에서 이 법안이 주목하지 않는 말기환자의 돌봄 욕구는 향후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중요한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즉 법안이 목적하는 바가 지향하는 국민의 미래는 노인, 장애인 등 돌봄 요구가 높은 국민 건강의 유지와 증진 뿐 아니라 임종을 앞둔 국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재택의료가 활성화되고 사회적 연대에 기반한 돌봄 서비스를 통해 가족의 간병부담이 경감되는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인 돌봄의 모습으로 기대될 수 있어야 하나 법안이 담고 있는 방향성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점은 향후 대통령령에 의해 정의될 '통합돌봄 대상자'의 범주에 법안에 명시된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뿐 아니라 '생애말기 및 임종기'를 반드시 포함하여 통합돌봄이 생애말기 및 임종기에도 중단없이 확대 및 유지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만 한다.

통합돌봄지원법이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 시행에 앞서 통합지원 정책의 추진 및 지원에 있어 관계 법령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의료 및 요양의 관련된 서비스의 확대 및 연계 강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일례로 현행 장기요양제도 중 방문요양의 경우 건강보험법 53조[급여의 제한] 2항에 따라 중복급여를 금지하고 있으나 의료뿐 아니라 요양의 요구가 증가되는 생애말기 대상자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두고, 향후 통합돌봄지원을 통해 방문요양급여(국가)와 일상생활지원(지방자치단체)의 중복지원이 가능하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 법 시행 후 보완에 무게추를 두고 관계 법령 및 제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수정을 소극적으로 준비하기에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3. 통합돌봄법을 통해 그려보는 내일 - 죽음 앞에선 이들에게 따뜻하고 온정적인 지역사회

생의 마지막 시기는 의료와 복지 모두에서 많은 도움이 필요해지는 시기이다. 의료서비스를 가정에서 받을 수 없거나 가정에서 말기 환자를 돌볼 수 있는 돌봄의 손길이 부족하다면 생의 마지막 순간은 병원에 쉽게 맡겨질 수밖에 없다. 또한 사회적 관계가 점점 단절되어 가고 일부 가족만이 유일한 관계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자면 그런 이유로 의료와 복지가 연계된 통합돌봄에 대한 수용성과 효능감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통합돌봄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 중심의 노인돌봄 체계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생애말기돌봄을 중심으로 의료와 복지의 통합적인 연계가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질병과 건강, 출생과 죽음, 사랑과 상실의 모든 자연적인 순환이 그들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매일 일어난다는 것을 인식하는 공동체로서 우리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중요한 전환기에 있다. 생애말기의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서로를 돌보도록 격려하고, 촉진하고, 지원하고 기억하는 그런 따뜻하고 온정적인 공동체를 더불어 만들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김대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 센터장)

남기창 책임에디터 nkc@eroun.net

출처 : 이로운넷(https://www.erou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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